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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진짜 던져야 하나”…악재 3연타에 휘청이는 전기차

2023.09.28. 오전 6:52 


  •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
  • EU·美 앞다퉈 中 견제나서
  •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 위축
  • 가격전쟁 이어져 수익 악화
  • 고금리에 자본조달도 압박
  • 신생 업체들 잇단 CB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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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앞다퉈 중국산 전기차·배터리 견제에 나서면서 전기차 투자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수요 둔화 리스크와 고금리로 인한 자본 조달 압박에 차이나 리스크가 더해진 탓에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관련주 매수에 신중하라는 주문을 내고 있다. 전기차 투자 심리가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터리 관련주를 집중 매도한 결과 올해 3분기(7~9월)에는 지난 해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자본 순유출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테슬라(TSLA)가 EU의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16% 하락해 1주당 244.12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회사 주가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진 이달 중순 이후 2주 만에 약 10%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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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조사와 관련해 중국을 방문한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통상 담당 수석 집행부위원장은 전날 베이징 칭화대에서 “EU와 중국은 심각한 정치·경제적 역풍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역풍 중 일부로 인해 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투심을 누르는 발언을 내놓았다.

EU 는 중국이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해 중국산 저가 전기차를 양산함으로써 경쟁 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13일부로 징벌적 관세를 염두에 둔 조사에 착수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테슬라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 약 9만3700대를 서유럽에 판매했다.

EU 측은 중국 기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중국 국영 은행 대출 우대를 비롯해 세금 감면, 국가 투자금 지원, 토지·전기 공급 등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중국 비야디(BYD)를 비롯해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니오(NIO) 뿐 아니라 중국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독일 BMW 와 프랑스 르노 등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배터리에 제동을 건 상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CATL 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미국 자동차 기업과 합작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지음으로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받으려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5일 포드는 중국 닝더스다이(CATL)와 손잡고 지으려던 미시간 주 합작 공장 설립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방 하원은 포드와 테슬라를 향해 CATL 과의 계약 현황과 향후 체결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배터리 기업 고션 하이테크의 미시간주 공장 투자 계획을 정부가 지원해선 안 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앞서 지난 6월 독일 폭스바겐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독일 엠덴 공장을 임시 휴업해가며 생산량을 줄인 바 있다. 수요가 폭스바겐의 당초 예상보다 약 30% 줄어든 탓이다. 경기 둔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부가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거나 중단한 것이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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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경기 둔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가격 전쟁이 이어지면서 기업 영업 이익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테슬라는 올해 7월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3만1423대)이 전달 대비 57.7% 줄어들자 8월 중순에 모델Y 가격을 약 4% 추가 할인하고 모델 3 자동차 보험 보조금을 지급하고 나섰다.

26일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 44명 중 테슬라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한 경우는 18명으로 3개월 전보다 3명 줄었다. 이들이 제시한 테슬라 12개월 목표가 평균치는 258.08달러다. 퓨처펀드액티브의 게리 블랙 공동창업자는 “테슬라는 베를린 기가팩토리 생산을 늘림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중국 생산 비중을 낮출 수 있다”면서도 “공격적인 할인 정책의 결과를 감안할 때 생산·인도량이 충분히 늘어나지 못하는 것이 단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자금난이 부각되자 신생 전기차 업체들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하거나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전기차 니오가 늘어나는 손실과 자금 부족 탓에 중동 투자자들을 향해 30억 달러 자금 조달에 나섰다고 지난 25일 전했다.

회사는 올해 6월 아부다비 CYVN 홀딩스 주식을 매각해 현금 약 7억3800만달러를 확보했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오는 이달 19일 10억 달러 규모 CB 를 발행한다고 밝힌 후 일주일 만에 주가가 약 20% 급락한 바 있다. CB는 발행 당시에는 회사채이지만 일정 기간 경과 후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으로, 기업이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때 활용하는 수단이다.

전기차 수요 부진 우려가 확산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압박을 받는 분위기다. 27일 블룸버그는 자체 데이터를 인용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배터리 주식을 집중 매도한 결과 올해 3분기 한국 주식 시장에서 16억 달러 외인 순매도가 일어났으며, 순 매도는 지난 해 2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거래 대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공매도가 배터리에 집중됐다는 점을 들어 단기적으로는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을 내고 있다. 최양오 ISD기업정책연구원장은 “배터리 주는 외인 매도 우위와 공매도 탓에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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